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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여기저기 굴러다녔든 Qoo도시락 이미지, 이렇게 이미지 막 업어와도 되나 모르겠다.


도시락 : 플라스틱,나무,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밥을 가지고 만들 목적으로 만든 상자, 또는 그 상자 안에 담긴 음식.

지구상에 사는 사람 어느 누구라도 4~5시간 이상의 외부 활동을 하려면 금강산도 식후경인 인간의 속성상 '급양 지원'이 필요하다. 슬프게도, 인간의 활동 범위 지역 모두에 여러 급양 지원 설비가 있는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급양지원 불가 지역을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이 필요하다. 이런 연유로, 아마도 도시락은 인류 문명 탄생과 동시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도시락이 있었을까?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북한에서는 도시락을 '곽밥' 이라 부른다. 북에서는 '벤또를 우리식으로 순화한 말' 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옛 조선 사람들은 음식을 싸 가지고 다니는 것에 대한 단어가 없었을까? 국어학자들에게 물어봐도 속시원한 대답이 없다. 만주어의 Dusihile(싸다) 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군사정권 시절때 만들어진 '먹거리' 란 단어(국어사전에는 '먹을거리의 잘못' 이라 올라있는 경우가 많지만, 엄연한 조어이기 때문에 '잘못됬다' 라고 할 수 없는 대상이라 생각합니다)처럼 남한에서 만들어진 말이라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면 조선시대 문인 김천택의 문집 '청구영언' 에 나온 어떤 농민의 사설시조에 등장하는 '도슭' 이라는 단어가 도시락의 고어라는 반박이 나온다. 아니, 그렇다면 북한의 언어학자들은 '도슭' 을 몰라서 '곽밥' 이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을 만들어 낸거야? 조선시대엔 임금님도 외출 하신때 주먹밥(그래도 약밥으로;;)을 싸서 밖에서 자셨다는데, 도시락이라는게 있기는 했을까? 임꺽정이가 구월산에 들어가기 전에 만들던 고리짝이 아마 요즘의 '도시락'과 가장 가까운 기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음식 담는 용도로만 쓴 게 아닌, 온갖 잡동사니를 다 담는 데 쓴 녀석이므로 지금의 도시락이라고 보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옛 사람들 상자에 음식 담는 것을 몰랐던 것인가?

결국 도시락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현대 얘기밖에 못하게 됬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도시락은 '벤또' 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자 마자 전성기를 맞이했으니까. 조선 말기 부일본이 아주 점령해 버린 부산 왜관에서 흘러나온 놋쇠 도시락, '이기 뭐꼬?' '벤또라 안카나!' 현대 도시락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이후 50년간 조선인들은 여태 구경도 못해 봤던 밥 담는 네모난 그릇을 '벤또' 라 불렀다. 일제시대 동안 벤또의 인기는? 사무실, 학교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극장 갈 때도 벤또, 상류층(=친일파?)의 피크닉 때도 벤또, '난찌'(Lunch를 음역한듯 싶은데, 이게 당시 경양식을 부르는 말이였댑니다)를 '벤또' 에 넣은 어울리지 않는 음식까지... 그리고 해방 후에도 그 인기는 지속. 물론, '벤또' 란 이름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벤또' 란 말을 추방하기 위해 오죽하면 '정부에서 만든 말' 이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도시락' 이란 말을 장려하던 시절, 이 시대 배경인 영화선 넓적한 양은 도시락이 필수 소품. 열 전도율이 제일 좋은 양은 도시락에 밥을 싸 와서 난로 위에다 올려놓던 시절; 도시락에 있는 반찬이 부의 상징이였던 시절을 지난다. 어머니들의 지나친 자식 사랑의 결과인  밑바닥에 살짝 깔아놓은 흰쌀밥을 단속하기 위해 밥을 뒤집는 혼식 검사를 하던, 양은 도시락의 최고 전성기를 지났다.

그 동안 도시락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최고의 열 전도율을 자랑하던 히트상품 양은 도시락, 난로 위에 올려 놓지 않는 한, 밥을 가장 빨리 식게 만드는 무용지물에 가까운 이 전국공통과정 도시락의 시대를 지나, 드디어 기능에 따라 분화되기 시작, 통에 온갖 종류의 인기 케릭터가 그려져 있는 초등용 도시락, 그리고 중고등학생용 도시락, 직장인용 도시락에 여행용이란 이름으로 나온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지만 보온성은 별로인 플라스틱 도시락, 한국 특산품인 보온병 도시락(PS. 절대로 '보온 도시락' 이 아님, 보온병+도시락 겸용의 놀라운 산악용 물건을 이야기 하는 것임), 보온병 도시락에는 꼭 '해외 수출품'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에서만 나오니 당연하지;

그리고, 지금은 도시락 잘 안 싼다. 어디를 가나 여러가지 종류의 음식점, 즉석김밥, 편의점 등의 급양지원 설비가 잘 갖추어져 있고, 무거운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걸을 탐탁찮게 여기는 것은 당연, 도시락 안에 국이라도 넣으면 핵탄두 운송하듯이 조심스레 들고다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더 이상 도시락이 서 있을 여지가 있을까.
 
그래도, 도시락을 싸 보자, 하루 3끼중 한 끼니 적어도 하루 영양권장량중 35%정도는 되야 도시락을 싸는 의의가 있는데, 이게 어디 보통 기술인가? 게다가, 밖에서 사 먹는 밥 보다는 도시락이 훨씬 맛이 있지 않은가, 요리를 못하는 어머니(혹은 아내)를 가진 분에게는 이게 해당되지 않을지 몰라도, '사랑, 정성이 담긴 요리' 를 밖에서 먹는다는 것은^_^

학교에서, 회사에서 예쁜 도시락을 당당히 까는게 괜히 자랑인가.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