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쥐어 본 지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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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용으로 연필을 쓴게 초등학교 2학년이 마지막까, 정말 오랜만에 쥐어본다.
오래 된 연필이 다 그렇듯이 멀쩡해 보이지만, 심 부분을 잡고 당기면 앞부분이 쑥 빠진다.
연필을 깎아야 겠다.

연필을 깎으니 온갖 잡념이 생긴다.
미술 시간에 주로 쓰는 스테틀러 색연필 외에는 칼로 깎아 쓰는 연필을 쥐어본 기억이 없다.
연필을 칼로 깎은 기억도 오래 되었다.
색연필마저도 연필깎기 기계에 넣고 '색연필 깎기' 를 선택하면 뭉뚝하게 잘 깎아주기 때문에.

그나마 있던 연필깎기 기계도 샤프때문에 버렸기에 필통에 있는 사무용 칼을 꺼낸다.
여태까지 칼로 연필을 깎아본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
어머니가 깎아주던 정육기둥 모양의 연필과 비교하기 부끄럽다.

말 그대로 연필로 조각을 했다.

한국, 중국 사람들은 연필을 깎을 때 바깥쪽으로 깎는다.
일본, 유럽 사람들은 칼날이 자신을 향하게 하여 깎는다.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 유럽인들의 몸에 배인 습성중 하나인
'다른 사람 배려하기' 의 증거라고 한다.

나는 연필을 늘 깎는대로 깎는다. 연필 깎을때는 옆에 아무도 없기 마련이다.
위의 얘기가 확대해석된 별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아참, 그럼 미국은? 연필깎기 쓴다 =ㅅ=

이런 장난을 쳐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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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것보다 더 한짓도 한 자슥들이 있었으니;;
그 녀셕은 연필에서 심을 뽑아낸 후, 가운데가 텅 빈 나무토막을 12등분이던가 15등분이던가 한 후

그 토막을 죄다 장구와 팽이를 섞은 모양으로 깎아냈다 =ㅅ=

그걸 모은 후 연필심에 끼우면 개조 완성.
위에 것들보다 더 손이 많이 가고 더욱 실용성이 뛰어났다.
연필 깎을 것 없이 나무토막을 하나하나 빼기만 하면 OK

..내가 깎고 있던 연필은 스테틀러 연필이였다.
독일산 상당히 고급 필기용 연필이다.
사실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최고급 연필이지만, 왜 '상당히' ?

구찌 지우개에 에르메스 연필, 루이비통 필통이 있다는 뉴스가 얼마전에 인터넷에 떴다.
루이비통 필통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도, 구찌 지우개, 에르메스 연필?
둘 다 쓰면 없어지는 소모품임에 불구하고, 구찌지우개는 구찌 로고로 도배되 있고
에르메스 연필은 가죽으로 포장되 있다고 한다.

베블런효과에 의해 최상류층의 과시적 소비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다.
아마 저 구찌 지우개는 중국산 짝퉁이거나 구찌 내부 디자이너용, 선물용이겠지.

찾아보니 구찌사가 6년전 이탈리아에서 내부용으로 한정발매 한 것이라 한다.
그렇지, 구찌가 뭐 아쉬울 게 있어서 저런 짜잘한 물건을 지우개로 만드냐....
강남의 어떤 아이인진 몰라도 어떤 아이 하나가 있던게 이슈가 된 듯 싶다.

애초부터 쓰려고 만든 물건이 아니기에 가지고 있다고 욕 먹을 일이 아닌 듯 싶은데...

한국 인터넷 언론의 무쓸모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겠지.



연필 다 깎았다.

어김없이 조각이다.
정육각뿔은 간데 없고, 말 그대로 피라미드 각도의 연필이 됬다.

요즘 일본에선 연필 가지고 노는게 인기 있는 모양이던데
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재미없고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 연필 얼마나 오래 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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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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